책을 읽자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Savage3D 2010. 5. 15. 14:02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김정태 지음. 갤리온, 2010년

나름 좋은 대학을 나왔고 학점도 높고 토익점수도 높고 어학연수에 자격증도 산더미같이 땄는데 왜 백수지?

그리고 다들 이런 말을 한다. '자격증 아무거나 더 따서 이력서에 한줄이라도 더 넣어야지.'

이 책은 이력서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의 사례를 들고 있고 입사지원할 때에 자신의 스펙보다는 스토리를 만들라고 이야기한다.

자격증을 취득하는 자신이 아는 만큼 기업도 안다. 해당 자격증이 그 분야에서 능숙함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플라스틱 쪼가리임을.. 자격증은 따는 우리도 2~3주 대충 공부하면 취득이 가능한 것들을 많이 알고 있다.

대부분 스펙이 비슷하다면 경쟁자들끼리 미칠 듯이 경쟁하여 자기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스펙을 만들어야 하며 그렇게하여 얻게 된 스펙1등의 자리도 조만간 더 스펙 좋은 누군가에게 뺏기게 된다.

그러나 남들에게는 없는 자신만의 유일한 스토리가 있다면 경쟁자는 없다. 자신이 단연 돋보이게 되는 것이다.

스토리는 자신이 무언가 특별하고 대단한 경험에서 찾아야 한다고들 많이 생각하겠지만 저자는 일상 생활에서 느낀 스토리를 이야기하라고 말한다. 외국에 봉사활동하러 가서 느낀 것이라던가 오지탐험을 하고 와서 느낀 것 등보다 집에서 tv를 보다 느낀 것, 책을 읽다가 받은 감동 등의 하잘것없다고 생각하는 것에서도 우리는스토리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의 스토리도 꿈도 없이 고스펙으로 무장하고 무작정 돈많이주는 대기업에 입사하려다 실패하고 공무원준비하다가 때려치고 고시공부하다가 실패하고 결국 자신이 전혀 원하지 않던(꿈과 상관없는) 회사에 입사하여 무기력하게 일하고 월급날만 기다리는 인생이 되지 말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그 일에 관한 나의 스토리는 무엇이 있지? 생각해보자.


여담이지만 나는 초등학교 6학년(1998년이었나)부터 하드웨어에 관심이 많았다. 그 이유는 아버지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저렴한 값에 (조립)컴퓨터를 사기 위해 언제나 한 세대 늦은 부품으로 조립해왔다. 예를 들어 펜티엄800Mhz가 나왔을 때 셀러론366Mhz를 샀고, 펜티엄4 1.7Ghz가 판을 칠 때 셀러론1.1Mhz(튜알라틴)을 사오셨었다. 언제나 내 컴퓨터는 주변 친구들보다 느렸고 이 컴퓨터를 어떻게하면 1%라도 빨라지게 할 수 없을까 미친 듯이 연구했었다. 찾아보니 컴퓨터 속도 최적화 유틸리티는 많았다. 메모리캐쉬최적화, 조각모음, 불필요한 파일 정리, 안쓰는 시작프로그램 제거 등등. 이렇게하며 컴퓨터가 빨라지기를 기대했지만 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일 뿐, 플라시보 효과를 포함하여 컴퓨터는 아주 잠깐만 빨라졌다고 느껴졌을 뿐 큰 변화는 없었다. 역시 하드웨어를 만져야 하는 것이다. 그 때부터는 자연스럽게 오버클럭과 램타이밍조절(레이턴시), 바이오스 설정 등에 대해서 공부하게 된 것 같다. 진짜 별 짓 다 한 것 같다. 나도모르게 컴퓨터 지식이 쌓여갔고 현재는 흔히 말하는 컴덕후가 되어버렸다. PC정비사 자격증도 따고 3DP라는 하드웨어 커뮤니티의 운영진까지 하고 있다.

위 책을 읽고 이 스토리 하나로 나는 각종 하드웨어 사이트의 필드테스트(사용기, 체험단)에 응모하였고 정말 깜짝놀랐다. '테스트는 이렇이렇게 하고 무엇무엇과 비교하고 열심히하겠습니다 뽑아주세요.' 라고만 했을 때보다 당첨률이 크게 올라간 것이다. 스토리의 힘을 강하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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